광복은 단순히 한 나라의 해방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많은 이들의 염원, 피와 땀, 희생과 노력이 쌓여 만들어낸 역사적 결실이었다. 조선은 일제강점기라는 긴 어둠 속에서 36년 동안 신음했지만, 그 안에서도 독립을 향한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이 글은 광복이 가능했던 이유를 여섯 가지 관점에서 조명한다. 국내외 독립운동의 지속성, 임시정부와 해외 독립운동의 역할, 일제 내부의 모순과 한계, 국제 정세의 변화, 태평양 전쟁과 일본의 패전, 그리고 민중의 저항과 염원. 광복은 우연히 찾아온 선물이 아니라, 필연으로 다가온 결과였다.
국내외 독립운동의 지속성과 힘
광복은 국내외 독립운동의 끊임없는 흐름 위에서 가능했다. 3.1 운동은 비록 실패로 끝났으나 전민족적 항일의식을 불러일으켰고, 전국 곳곳의 무장투쟁, 의열단의 폭력 투쟁, 농민과 노동자 운동으로 이어졌다. 해외에서도 만주와 연해주를 중심으로 독립군 기지가 세워졌다. 봉오동 전투, 청산리 대첩은 그 상징이었다. 비록 그 승리가 정치적 독립으로 곧바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무장투쟁은 일본에게 끊임없는 부담을 주었고, 조선인들의 독립 의지를 대외적으로 각인시켰다. 독립운동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다층적인 흐름이었다. 그 흐름이 모여 결국 역사의 방향을 바꿨다.
임시정부와 해외 독립운동의 의미
1919년 상하이에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임시정부는 외교활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독립의 정당성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비록 당장 실질적인 외교 성과를 거두진 못했으나, 그 존재 자체가 식민지 조선에 ‘독립된 정부’가 있음을 상징했다. 임시정부는 이후 광복군을 창설하고 연합군과 협력하며 대일전선에 나섰다. 해외 독립운동가들은 각국에 흩어져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고, 언론과 출판을 통해 독립을 외쳤다. 이들은 조국을 떠나서도 조국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임시정부와 해외 독립운동은 독립의 정신적·외교적 기반이었다. 광복은 이런 기반 위에서 가능했다.
일제 내부의 모순과 한계
광복은 일제의 내부 모순과 한계 속에서 다가왔다. 일본은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 전쟁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군수경제에 의존했지만, 그 확장은 곧 파멸의 길이었다. 장기전은 일본의 경제력을 고갈시켰고, 연합군의 공습은 본토의 기반시설을 무너뜨렸다. 식민지 조선에서는 내선일체, 창씨개명, 학병제, 징용제 등 동화정책을 펼쳤지만, 오히려 민중의 반감을 키웠다. 총력전 속에 조선인들은 전쟁의 희생양이 되었고, 이 모순은 항일 의식을 강화시켰다. 일본 내부에서도 전쟁에 대한 회의가 퍼지며 국가의 결속력이 약해졌다. 일본은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위기를 맞았다. 그 틈이 광복의 가능성을 열었다.
국제 정세의 변화와 독립의 기회
광복은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가능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전 세계의 식민지 체제를 흔들었다. 연합국은 대서양 헌장과 카이로 선언을 통해 식민지 해방의 원칙을 표방했다. 1943년 카이로 선언에서 연합국은 ‘조선을 적당한 시기에 자유롭고 독립된 국가로 만들겠다’고 공표했다. 비록 ‘적당한 시기’라는 모호한 표현이 있었지만, 독립의 가능성이 공식화된 것은 역사적 의미가 컸다. 미국, 영국, 중국, 소련 등 연합국의 대일 전략 속에서 조선의 독립은 전후 질서의 한 요소로 포함되었다. 독립은 조선의 노력뿐 아니라 국제 정세의 흐름과 맞물리며 현실로 다가왔다. 그 흐름이 없었다면 독립의 시기는 더 멀어졌을지 모른다.
태평양 전쟁과 일본의 패전
1941년 진주만 공습으로 시작된 태평양 전쟁은 일본의 패배로 끝났다. 미드웨이 해전의 패배, 괌과 사이판의 함락, 필리핀 상실, 그리고 본토 공습. 전쟁의 기울어진 저울은 결국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 투하로 마지막을 맞았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했다. 그날, 조선도 해방되었다. 일본의 패전 없이는 조선의 독립도 없었다. 독립운동은 독립의 염원이었지만, 일본의 군사적 패배는 독립의 직접적 계기였다. 태평양 전쟁은 조선 독립의 외적 조건이었다. 전쟁의 참혹함 위에 자유가 왔다. 하지만 그 자유는 고통과 상처를 함께 남겼다.
민중의 저항과 염원이 만든 결실
무엇보다 광복은 민중의 저항과 염원에서 비롯되었다. 이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작은 저항과 일상 속의 불복종, 마음속에 품은 독립의 염원이 모여 광복의 불씨를 키웠다. 거리의 만세운동, 비밀리에 제작된 독립신문, 가족과 이웃의 헌신. 누군가는 감옥에 갇혔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그 희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의 염원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땅속에 스며들어 마침내 광복이라는 꽃을 피웠다. 광복은 위대한 영웅 몇 명의 성취가 아니라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결실이었다. 그 마음이 있었기에 광복은 가능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오늘도 우리에게 남아 있다.